20대가 좋았던 이유
20대가 좋았던 이유
나는 나의 20대가 정말 좋았다. 이유는 그때의 나는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두려워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도전했다. 물론 너무 두려워서 회피한 것들도 있지만, 현재 처럼 푸시로 지내진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것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 물론, 20대에 이미 극복한 두려움들은 여전히 극복이 가능하다. 이미 체험해 봤기 때문에 언제라도 다시 가능하지만 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런 것들을 제외하고 새로이 도전하는 것들에 대해서 두려움이 현저히 크고 실행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내가 비엔나에 살 때, 주말에 모스크바로 여행을 가려고 비행기를 샀다. 처음가보는 러시아 여행이어서 너무 기대가 많이 됬었다. 그 때 비엔나의 집에 전에 살던 사람이 남기고 간 픽시 자전거(기어가 없는 자전거)가 있어서 시내를 나가거나 시골로 여행을 가거나 할 때 한창 자전거를 많이 탔었다.
근데 문득 비엔나 공항까지 집에서 자전거로 출발해보고 싶었다. 거리는 찍어보니 20키로 정도밖에 안나왔다. 비엔나는 워낙에 자전거 길이 잘 되어있어서, 사실 그 근처까지 가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거의 도나우 강을 따라 달렸고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사진도 찍으며 여유롭게 달렸다.
문제는 공항에 거의 다다라서부터 시작되었다. 공항 근처 약 3~5키로 내외 구간부터는 자전거 길이 사라지고 공항 고속국도 길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인천공항 근처의 길을 상상하면 비슷하다. 사실 공항 근처의 국도는 갓길도 별로 없다. 만약 자전거를 그 국도에서 타게 된다면 거의 고속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된다. 왜냐하면 오스트리아 국도의 제한속도는 130키로이기 때문이다.
뭐 어쨌든간 가는 도중에 자전거를 버리고 갈 수 없어서 끝까지 공항으로 가기로 마음먹었다. 달리는 차들을 보니 그리고 나는 혼자였고, 낯선 땅이었으니 너무 두려웠다. 근데 그 20대 때는 그 두려움이 좋았다. 그 상당한 두려움에 직진해서 두려움과 성취감, 그리고 자유의 사이에서 외줄타기하는 기분이 좋았다.
예시로 든 것 말고도 비슷한 사례들은 많았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느낀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을 수도 있고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끼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두려움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모든 두려움은 나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두려움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의 두려움은 나의 두려움인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극복해야만 하는 나의 일부인 것이다. 아직도 두려움이 많고 극복을 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망설임이 많지만 나름대로 많이 시도했었던 것 같다.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알 수가 없다. 그 만족감은 내가 살면서 느껴본 만족감 중에서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한 두려움이 떠나가더라도 새로운 두려움이 찾아오는 것이 인간이기에
오늘도 나는 내 두려움과 공존하며 호시탐탐 극복할 기회만을 노리고 있는 중이다.